그 어느날의 인사동, 쌈지길 愛, 혹은 悲


문득 그대가 생각이 나 인사동, 쌈지길에 올랐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이 장소.

=)




이 장소, 바로 여기에서 나는 그대에게 수줍게 고백을 했었지요.
마치 하늘이 도운 듯 아무도 없었던 그 순간에.




그 날은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만... 지금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있네요.




아직도 이 풍경, 이 장소가 눈에 선합니다.
내 품에 꼬옥 안겨오던 그대의 체온, 그 숨결이 생생하네요.




한순간의 치기이던, 평생의 언약이던, 주변에는 사랑의 메시지로 가득합니다.
나 역시 그에 더해 글로 남지는 않았지만, 한마디를 더했었죠.
당신을 좋아한다고.




감히 사랑한다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가슴 떨리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의 떨림, 그대에게 전해졌었나요?




이곳에 같이 올라올 당시에는 연인도, 친구도 아니었었지만... 올라와 이 곳을 다시
볼때에 우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헐벗고 있던 기린은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산타의 옷을 입고 있네요.




같이 놀러온 여학생 둘이 일본관광객에게 서투른 일어로 사진을 부탁하고 있었습니다.
이것 참 적반하장이 따로 없는 상황이네요.
나도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 깔끔하게 무시당한 것을 보면 역시 쉽사리 말을 걸 상대가
아닌 듯 느껴졌나 보네요. 그런데 어째서 도나 기, 예수 믿으세요~는 얼씨구나 말을
걸어오는 것일까요...?




데면하게 올라와 손을 잡고 내려간 그 길입니다.
올라올때는 이런저런 농담을 화제거리를 주고 받았었지만... 내려갈 때는 둘 다 새빨갛게
물들어 아무말도 못하고 내려갔었지요.




그 낮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한 회색빛 하늘은 간데 없거 파아란 하늘만이 맞이합니다.
그대도, 어디선가 이 하늘을 보고 있을까요?




못보던 트리가 오도카니 서있더군요.
일반적인 장식은 아닌 것 같고.. 무언가가 잔뜩 매달려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뒤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장식걸이였네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랑을 맞이한 많은 커플들의
수줍은, 또는 장난끼 넘치는 메시지가 가득했습니다.
나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요? =)




걷기가 힘들어지는 구간이라며 투덜댔었지요. 이 부분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유모차를 끌고 올라온 젊은 부부가 고생을 하고 있더군요.
보기에는 좋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부분인데... 여전하네요. =)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었습니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 관광객에 연인들로 가득차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정도였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따스했더랩니다.




유난히 관광객이 많은 날이었지요. 쉴새 없이 들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우리는 여기가 한국이 맞기는 하나..? 하는 기묘한 느낌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정말로 크리스마스네요. 책으로 만든 트리가 1층에 만들어져 있네요.
아, 하필이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예스24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배송의 안전에 조금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는데요.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했을때
깔깔대며 웃던 그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돕니다.




정말 쌈지길스러운, 그런 눈사람이네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던 그대가
봤더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요...?




어느새 한바퀴를 다 돌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 가슴설레던 장소를, 추억을.


=)




덧글

  • steve 2011/12/14 00:32 # 삭제

    크리스 !!잘 지내는가?
    궁금한녀석 .......
  • 푸른태초 2011/12/14 00:41 #

    가보지 못한 쌈지길이지만 아련하군요
  • 2011/12/20 21:1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12/29 21: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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